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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골프팬이라면 당시 LPGA 스타 김송희를 기억할 것이다. 김송희는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6번을 기록하며 세계랭킹 7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우승없이 그렇게 높은 세계 랭킹에 오른 건 당시 김송희가 유일했다. 우승이 없다는게 약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우승 없이 그렇게 세계 랭킹이 높았다는 건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면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커리어를 마감하고, 김송희는 현재 리베라 연습장에서 프로와 프로 지망생, 주니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요즘 김송희에게 골치아픈(?) 제자가 생겼다. 바로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배구스타 ‘식빵언니’ 김연경이다.
“힘도 장사고, 공 칠 때마다 왁! 으와! 봐봐! 하도 소리를 질러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웃음).”
김연경은 요즘 골프에 푹 빠져 있다. 짧은 오프 시즌이지만, 최근에는 동갑내기 친구 김송희에게 매달려 골프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골프가 너무 좋단다. 같이 집에서 만나면 슬그머니 채를 들고 와서 스윙 좀 봐 달라며 휘두른다고 한다. 요즘 김송희는 배구 중계를, 김연경은 골프중계를 본다.
김송희는 김연경을 보면서 요즘 새롭게 골프를 느끼고 있다. 일반적으로 골프를 하는 선수들은 조용하거나 차분한 편인데, 배구 선수들은 득점할 때마다 환호하는 경기스타일 때문인지 김연경은 샷이 하나 제대로 맞으면 세리머니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 에너지가 주변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기를 빼앗기는 느낌이란다.
김송희에게 김연경은 새로운 도전이자 과제다. 언제 이렇게 키 큰 사람을 가르쳐 보겠냐며 골프에 재미붙인 친구 지도에 열심이다. 김송희은 키 172㎝로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192㎝인 김연경 앞에서는 그저 귀여운 쪼꼬미일 뿐이다.
“너무 커서 가끔은 무섭다니까요. 연경이 백스윙 탑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제가 양손으로 만세를 해야 해요.”
김송희가 김연경에게 자주 얘기하는 부분은 팔로우 스루와 피니시 부분이다. 임팩트를 지나 머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와 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피니시에서 균형 잡힌 자세를 잡아주고 있는 중이다. 다운스윙만 신경쓰는 아마추어들은 눈 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김송희가 추구하는 레슨 철학은 기본기와 반복 학습이다. 스윙에 치우치다 보면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셋업, 그립, 에이밍, 그리고 피니시를 중요시한다. 어설프게 배워온 사람은 이미 안좋은 습관이 들어서 제일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김송희는 스윙이나 화려한 샷을 구사하기 전에 비록 재미가 없더라도 시간을 들여 철저히 기본기를 강조한다.
김송희가 김연경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한 또 하나의 부분은 자기 믿음, 확신이다. 김연경에게 어떻게 세계 최고의 자리까지 가게 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는데 그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난 잘한다. 난 최고다”라는 생각이 지금의 김연경을 만든 것 같다고. 그런 면이 골프를 배우면서도 드러난다.
무엇보다 김송희가 고무적으로 보는 건 김연경이 골프를 칠 때 너무 해맑다는 것이다. 마치 사탕을 든 아이 마냥 골프를 너무 좋아하고, 재밌어 한다고. 장난기도 많고, 흥도 많은 김연경의 캐릭터가 골프장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모양이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자는 아무도 없는 법이다.
김송희와 김연경의 좋은 우정이 골프를 통해 더 끈끈하게 이어져서 기쁘다. 골프의 재미와 즐거움이 그 두 사람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